길 위에서 9 그 수도자는 이렇게 나를 소개했다. “이신부님은 최양업 신부님한테 미쳤어.” “아니요, 아직 덜 미쳐서 여태 미치지를 못했슈.” 미쳐야 미칠 수 있는데 그 경지에 닿지 못했다고 했다. 그럴 때, 순간적이나마 27년 사제 생활을 돌아보게 되었다. 절반이 넘는 시간을 최신부님과 동행했다. 운명적이라고 수다를 늘어놓을 수도 있다. 현재 파견지인 중국의 차쿠가 최신부님의 첫 사목지이기 때문이다. 최신부님은 차쿠에서 중국인을 사목하던 중 조선에 입국하셨는데, 늘 길에서 움직이다 장마철과 혹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