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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쿠뜨락/이태종 요한 신부




 


차쿠뜨락이라 하기로 했다.

칼럼의 간판을 뭐로 할까 하다가 현재 나의 소임지가 중국 요동 차쿠이고, 또한 뒤따라오는 추상적 공간까지 함의한다면 뜨락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았다. .. 하면서 혀끝이 감겼다 떨어지는 발음도 산뜻하다. 여기 사람들이 웬즈園子라고해서 옥편을 찾았더니 마당, 정원, 꽃밭, , 텃밭이란 뜻이고, 국어사전엔 채소밭. 그리고 건축물에 딸려 있는 빈터, 곧 뜨락은 여지餘地를 의미하였다<더보기>


 

 




 


차쿠뜨락이라 하기로 했다.

칼럼의 간판을 뭐로 할까 하다가 현재 나의 소임지가 중국 요동 차쿠이고, 또한 뒤따라오는 추상적 공간까지 함의한다면 뜨락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았다. .. 하면서 혀끝이 감겼다 떨어지는 발음도 산뜻하다. 여기 사람들이 웬즈園子라고해서 옥편을 찾았더니 마당, 정원, 꽃밭, , 텃밭이란 뜻이고, 국어사전엔 채소밭. 그리고 건축물에 딸려 있는 빈터, 곧 뜨락은 여지餘地를 의미하였다<더보기>


 

 

인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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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차쿠지기 댓글 0건 조회 374회 작성일 21-09-07 08:48

본문

인내 (양업 영성 따라 살기 1)

 

우리는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도 찾을 수 있는... 송창식 노래를 좋아한다. 얼마 전에도, 연말이면 으레 들려지던 노래가 듣고 싶어 인터넷으로 찾아봤더니, 아 글쎄! 송창식씨가 매일 한 시간 이상을 팽이처럼 뺑뺑 도는 운동을 한다는 거였다. 10,000일을 항상 하겠다고 결심하고 20년 가까이 돌았으니, 10년밖에 안 남았다는 환한 얼굴에서, 대중가수라도 인내의 결이 느껴졌다.

인내라, 인내의 덕이라? 글쎄, 현대에서 인내가 미덕인지 모르겠다. 참으면 암세포 된다고 다 참지 말라 하는 세상이니깐. 그런데 또 순간을 참지 못해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은 일을 보면, 인내는 꼭 필요한 덕인 것 같다.

 

최양업 신부는 인내의 달인이었다. 매년 127개 공소를 죽을둥살둥 다니면서도 얼굴은 늘 정월 대보름이었다. 그가 선종하자 진면모가 드러나는데 동료들의 수많은 편지는 (지면상) 차치하고라도, 당장 직속 상관이던 베르뇌 주교는 바르나보 추기경(포교성성), 베롤 주교(만주교구장), 프랑크린 신부(참사회원, 경리), 알브랑 신부(파리신학교 장상, 4통에서 故人 추도), 리브와 신부(극동 장상)에게 편지를 쓴다. “최신부는 착한 마음씨와 굳건한 신앙심과 영혼들의 구령에 대한 뜨거운 열성을 지녔기에, 서양인과 조선인 모두에게 애정과 존경을 받았습니다.” 인내심 가득한 고인의 한결같은 얼굴빛에 대한 칭송이었다.

 

그렇다면 최신부님은 언제 인내를 통감했을까? 18478, 부제의 신분으로 탔던 함선이 고군산도(현 신시도)에 좌초되었을 때, 그토록 그리던 겨레가 코앞이었다. 그런데도 입국하지 못하는 조급함에서 대성통곡을 한다. 그런 후에 이렇게 울먹인다. “(예수님도 33년을 기다리셨는데 저는 고작 몇 년 기도해 놓고 졸랐으니, 설익은 것을 보챈 꼴이 아니겠어요.) 얼마나 많은 성인들이 한 가지 지향으로 10, 20, 30, 40년 혹은 더 오랫동안 열렬한 기도와 힘든 극기와 그 지루한 보속을 바칩니까. (만물이 모두) 머리이신 그리스도를 본받아 겸손하게 큰 고난을 받은 (인내한) 다음에 열매 맺도록 미리 정해두셨는데, 제 앞선 인간적 바람이 혹 자비의 길을 막지 않았나 하여 나온 눈물예요.”

 

이에 대해 졸작 <차쿠의 아침>에서 메스트르 신부는 화답한다. “최부제, 전에는 나도 희망이란 것이 힘겨운 현재를 견디게 해주는 것인 줄 알았어. 근데 반대더라! 오히려 힘겨운 현재를 잘 참아내니까 거기서 희망의 싹이 나오더라. 인내의 때가 차니깐, 인내의 속이 썩을 대로 썩으니까 참 희망이 나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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