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차쿠뜨락/이태종 요한 신부




 


차쿠뜨락이라 하기로 했다.

칼럼의 간판을 뭐로 할까 하다가 현재 나의 소임지가 중국 요동 차쿠이고, 또한 뒤따라오는 추상적 공간까지 함의한다면 뜨락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았다. .. 하면서 혀끝이 감겼다 떨어지는 발음도 산뜻하다. 여기 사람들이 웬즈園子라고해서 옥편을 찾았더니 마당, 정원, 꽃밭, , 텃밭이란 뜻이고, 국어사전엔 채소밭. 그리고 건축물에 딸려 있는 빈터, 곧 뜨락은 여지餘地를 의미하였다<더보기>


 

 




 


차쿠뜨락이라 하기로 했다.

칼럼의 간판을 뭐로 할까 하다가 현재 나의 소임지가 중국 요동 차쿠이고, 또한 뒤따라오는 추상적 공간까지 함의한다면 뜨락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았다. .. 하면서 혀끝이 감겼다 떨어지는 발음도 산뜻하다. 여기 사람들이 웬즈園子라고해서 옥편을 찾았더니 마당, 정원, 꽃밭, , 텃밭이란 뜻이고, 국어사전엔 채소밭. 그리고 건축물에 딸려 있는 빈터, 곧 뜨락은 여지餘地를 의미하였다<더보기>


 

 

차쿠 뜨락 2

페이지 정보

작성자 차쿠지기 댓글 0건 조회 382회 작성일 21-08-18 09:41

본문

차쿠 뜨락 2

 

차쿠 뜨락은 동네 쓰레기장이던 것을 먼 쪽에 양계장을 내고 가깝게는 텃밭을 일궜다. 둘의 경계선으로 한 줄 과실수를 심었는데 일견, 수확물로 돈 해 쓰기가 아닌 장난 농사임이 드러난다. , 대추, , 체리, 사과, , 자두, 살구, 포도, 산자, 복숭아나무가 꼭 한그루씩만 옆으로 나란히를 하고 있다. 하늘로 뻗은 가지치기만 했더니 난쟁이라도 6년 된 굵기가 어른 장딴지 같다. 원두막처럼 세운 정자의 그늘에서 개화 시기에 따라 번갈아 피는 꽃을 보자면, 또 제철마다 튼실한 과실이 주렁주렁 열리는 뜨락을 보자면 남 보기에도 탐스러웠으리라! 거기다 상단부에 모신 백옥 성모상을 위시하느라 긴 울타리를 아예 월계화(개량 장미)로 해놨으니 장미 향까지 더해졌다. 한 바퀴, 묵주를 들고 다니면 기도하는 건지, 산보하는 건지, 꽃놀이인지, 눈으로 과일을 먹는 건지 성모님도 헷갈리실 터다.

 

뜨락과 이웃하는 건물이 유치원이다. 최근 중국에서 교육계의 입김이 세어졌다. 몇 해 전, 홍콩 학생들의 반중국 시위가 일고 난 후부터였다. 북경 권력의 최종 결론이란 세뇌 교육의 조기 강화였다. 그렇게 교육부에 속한 유치원의 목소리가 커지더니 원장은 차쿠 뜨락의 관리자였던 전 부녀회장을 꼬드겨 3번이나 공격했다. 성당 측은 17년간 유효한 계약서를 내밀거나, 꼬박꼬박 챙겨 놓은 영수증을 제시하며 별 탈 없이 선방하고 있다. 나는 뒤로 빠지는 게 나았다. 정말 탐욕으로 시뻘건 눈빛이란 저런 거로구나, 싶었다. 부녀회장의 이글거리는 눈빛에 그을고부터 팅부동(聽不懂못 알아듣다)”으로 일관하며, 루시아 회장과 허수녀를 앞세웠다. 장대 같은 만주 여자가 꼭두새벽에 찾아와 재계약을 운운하며 소란을 피울 때, 외국인 편을 들어주는 두 분 중국 여인의 존재가 그리 고마울 수가 없었다.


중국의 토지는 100% 국가 소유이다. 다른 권리 주체는 사용권만 가지는데 세 경우이다. 법인(기관, 회사등), 농민(농지와 가옥), 그리고 마을의 협동농장(集體집체)이다. 급격한 산업화로 협동농장이 유명무실해지자 눈먼 땅이 생겨났다. 사유화될 수 없으니 집체는 버려지기도 했는데, 이런 1,000짜리의 뜨락을 매월 (한화) 2만 원 헐값에 빌리기로 촌장과 부녀회장의 도장을 받았었다. 그 쓰레기장이 무릉도원처럼 되자 유치원이 탐을 내는 것이다.

 

중국은 꽌시(관계) 문화권이다. ‘실력이나 제도보다 꽌시가 중요하다. 대표적 선례가 중국 축구이다. 축구를 못 한다. 그런데도 14억 인구는 축구에 열광한다. 예선탈락 하고도 월드컵 때는 거리 스크린을 설치해 함성을 지른다. 학생들도 운동장에서 축구 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면 왜 공을 못 찰까? 바로 꽌시 문화 때문이다. 육상 같은 기록경기는 꽌시가 비집고 틀어갈 틈이 없다. 숫자로서 인재발탁 기준이 확정된다. 개인 종목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단체 경기인 축구는 감독이라는 잣대에 의해 코에 걸면 코걸이도 될 수 있다. 치맛바람으로 건네진 돈 봉투가 특정 소년만을 선발하고 기여도 평가에서 고평가를 받게 할 수 있다. 애초 면, 동 단위 유소년 선발에서 꽌시로 인해 인재가 탈락했다면 군, , 국가 대표로 성장해본들 별수가 없는 것이다. 선물과 뇌물의 중간 정도를 인정세고(人情世故처세술, 세상물정, 인지상정)라 하는데, 어려운 추상명사를 초등생이 말할 정도로, 중국은 꽌시의 나라이다.

 

뜨락의 꽌시를 위해 속히 차쿠로 돌아가고 싶다. 집단면역이 생기고 예전처럼 하늘길이 뻥 뚫리자마자, 가서 아는 공무원부터 만날 것이다. 먼저는 실물 차쿠 뜨락을 공고히 해놓고 싶다. 그런 연후 기회가 되면 주보에 다시 차쿠 뜨락을 집필해도 늦진 않을 거다. “안녕히 계세요!”를 중국 말로 짜이찌엔(再見다시 봄)”이라 한다. 다시 만날 그 기간까지 뜨락에는 또 차쿠의 새 이야깃거리가 쌓이리라. 그동안, 졸필임에도 보내주신 관심에 감사를 드린다. 천주께도 감사를 드린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