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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쿠뜨락/이태종 요한 신부




 


차쿠뜨락이라 하기로 했다.

칼럼의 간판을 뭐로 할까 하다가 현재 나의 소임지가 중국 요동 차쿠이고, 또한 뒤따라오는 추상적 공간까지 함의한다면 뜨락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았다. .. 하면서 혀끝이 감겼다 떨어지는 발음도 산뜻하다. 여기 사람들이 웬즈園子라고해서 옥편을 찾았더니 마당, 정원, 꽃밭, , 텃밭이란 뜻이고, 국어사전엔 채소밭. 그리고 건축물에 딸려 있는 빈터, 곧 뜨락은 여지餘地를 의미하였다<더보기>


 

 




 


차쿠뜨락이라 하기로 했다.

칼럼의 간판을 뭐로 할까 하다가 현재 나의 소임지가 중국 요동 차쿠이고, 또한 뒤따라오는 추상적 공간까지 함의한다면 뜨락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았다. .. 하면서 혀끝이 감겼다 떨어지는 발음도 산뜻하다. 여기 사람들이 웬즈園子라고해서 옥편을 찾았더니 마당, 정원, 꽃밭, , 텃밭이란 뜻이고, 국어사전엔 채소밭. 그리고 건축물에 딸려 있는 빈터, 곧 뜨락은 여지餘地를 의미하였다<더보기>


 

 

사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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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차쿠지기 댓글 0건 조회 418회 작성일 20-07-30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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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似而非


십여 년 전 한창 중국어를 배울 때 중급반 교재에서 읽은 차불다差不多씨의 이야기이다. 교재에서는 차불다씨를 선생先生이라고까지 존칭했다. 직역하면 차이()가 많지() 않은()”, 엇비슷하다는 뜻인지라 나는 그 이름 옆에 유사類似선생이라고 바꿔 적어 놓았다. 독해의 내용이 재미가 있어서 한국인들에게 소개할 때는 대충대충 선생혹은 얼추 선생이라고 의역까지 하면서 수다를 떨었다.

 

대충 선생은 늘 입버릇처럼 말했다.

세상일이란 게 비슷하면 되는 거지 뭐 그리 정확할 필요가 있는가?”

본디 그는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가게에 가서 빨간 사탕을 사 오라 하면 대충 흰 사탕을 사 와서는 빨간색이든 흰색이든 같은 사탕이 아닌가요?” 했다.


어른이 되어서도 한 번은 급하게 상해로 出張을 가는데 2분 늦은 바람에 기차를 놓치고 말았다. 멍하니 서서 하는 말, “내일 가면 되지. 만만디 천천히, 오늘과 내일이 무슨 큰 차이가 있겠는가? 차불다差不多!”하고 중얼댔다. 어느 날에 대충 선생은 몸져눕고 말았다. 내과 의사를 찾았으나 정형외과 의사밖에는 없었다. 이런 때에도 대충 선생의 대충 버릇은 계속되었으니 왈, “정형외과이든 내과이든 다 비슷한 의사가 아니겠느냐?” 하다가 골든타임을 놓쳐버려 대충 죽게 되었다. 대충 숨이 넘어가면서도 인생, 대충 살다 가면 되는 거지.”하며 대충 눈을 감고 말았다. 그런데 그의 사후에 일부 중국인들이 그 차불다差不多적인 인생관을 기리며 추종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고 나서야 나는 아직도 대륙 전반에 만연해있는 차불다 습성에 대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우리 한국인이 보기에는 분명히 차이가 나는 것 앞에서 중국인들은 差不多, 차이가 없다.” 한다. 때로 일을 잘해 놓고도 差不多, 얼추 유사類似하지를!”하고, 반대로 영 일을 못해 놓고도 差不多, 얼추 유사類似하지를!” 한다.

 

지난봄엔 이 유사類似하다할 때 사자의 쓰임새가 적지 않았었다. 코로나 탓에 봄이 왔어도 봄 같지 않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넋두리했다. 이 시구에서 사자는 무엇 무엇과 같다는 뜻으로 일찍이 양귀비, 서시, 초선과 함께 중국의 4대 미녀로 꼽히는, 이들 중 가장 중국인들의 사랑과 존경을 많이 받는 왕소군이 굳이 고집한 시적 표현이다. 절세의 미인이면서도 추녀로 오해받아 흉노에 볼모로 잡혀가며 , 미개한 땅에서 이제 봄이 와도 봄 같질 않겠구나, 春來不似春!”하며 탄식했다. 그렇지만 후일 그녀는 두 나라 사이의 외교, 친선, 문화의 사절로 우뚝 서게 된다.

 

우리가 쓰는 말 중에 이 사자가 들어가는 고사성어가 또 하나 있으니, 사이비자似而非者이다. 사이비似而非(같을 사, 어조사 이, 아닐 비), 직역하면 같다, 그러나 아니다.”이다. 그러니까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한 듯하지만 근본적으로 아주 다른 것이다. 이 사이비에 관한 고사가 유명하다. 하루는 제자 만장萬章이 맹자에게 물었다. “마을 사람 누구에게나 훌륭하다고 일컬어지는 그 사람이 왜 사이비 군자입니까?” 맹자가 대답하였다. “진짜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짜이니 을 해치는 도둑이다.‘ 스승이신 공자도 말씀하셨다. ‘나는 겉으로는 비슷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은 사람(似而非者)를 미워한다. 가라지는 벼와 비슷하기 때문에 더 혼동을 일으키기 쉽다. 나라의 음악이 더 걱정되는 것은 아악雅樂과 비슷해서이다. 쉬이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

요는, 비슷하다는 바로 그점 때문에 더 미움을 받고 더 경계의 대상이 된다는 어조이다. 비슷함으로 인해서 더 본질本疾을 가리고 흐려 놓는다. 아예 다르다면 그렇지는 아니한데 같으면서도 아니니, 진리를 오도汚塗하여 뭇 사람들의 마음을 현혹할 수 있다. 그래서 가중의 처벌이 마땅하다.

 

, 그렇다면 나는 어떠한가? 사이비라는 이 서슬 퍼런 추궁 앞에 나의 신앙살이는 백 퍼센트 자유로울 수 있는가? 최양업 신부님을 닮는다고 하면서, 아니 그전에 예수님을 닮는다고 하면서 털끝만한 부끄러움은 없는가? 대충대충, 얼추 비슷하다고 타협하지는 않았는가? 이제 나도 진짜로만 살고 싶다. 저 같아 보이나 전혀 다른 데를 구분하여 갈라 오시는 십자가를 떠안으며! 이타利他, 이기利己? 진위를 분명히 물어오시는 날 선 십자가를 흔연히 끌어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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