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차쿠뜨락/이태종 요한 신부




 


차쿠뜨락이라 하기로 했다.

칼럼의 간판을 뭐로 할까 하다가 현재 나의 소임지가 중국 요동 차쿠이고, 또한 뒤따라오는 추상적 공간까지 함의한다면 뜨락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았다. .. 하면서 혀끝이 감겼다 떨어지는 발음도 산뜻하다. 여기 사람들이 웬즈園子라고해서 옥편을 찾았더니 마당, 정원, 꽃밭, , 텃밭이란 뜻이고, 국어사전엔 채소밭. 그리고 건축물에 딸려 있는 빈터, 곧 뜨락은 여지餘地를 의미하였다<더보기>


 

 




 


차쿠뜨락이라 하기로 했다.

칼럼의 간판을 뭐로 할까 하다가 현재 나의 소임지가 중국 요동 차쿠이고, 또한 뒤따라오는 추상적 공간까지 함의한다면 뜨락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았다. .. 하면서 혀끝이 감겼다 떨어지는 발음도 산뜻하다. 여기 사람들이 웬즈園子라고해서 옥편을 찾았더니 마당, 정원, 꽃밭, , 텃밭이란 뜻이고, 국어사전엔 채소밭. 그리고 건축물에 딸려 있는 빈터, 곧 뜨락은 여지餘地를 의미하였다<더보기>


 

 

[차쿠뜨락] 닭관찰기 2_이태종 요한 신부 / 중국 차쿠사적지_청주교구 주보

페이지 정보

작성자 차쿠지기 댓글 1건 조회 717회 작성일 19-04-02 10:27

본문

[차쿠뜨락] 

 

닭관찰기 2

이태종 요한 신부 / 중국 차쿠사적지

(청주교구 주보_2019년3월24일) 

 

 

꼬끼오.

이것은 일종의 포효이다.

수탉은 벼슬 끝이 새빨개지도록 핏대를 올 려가며 사나운 소리를 낸다. 갈기털을 세우고 지르는 외마디는 내가 대장이라고 하는 위력과시요 필시 밖을 향해서는 내가 여기 있다고 외치는 존재 과시이다. 이럴 때 약간의 허세는 기본이다.



 ac85badad9b69df9c973eb4baadaa822_1554858754_7415.png
 

꼬꼬댁.

이것은 일종의 생색 내기이다.

암탉은 막 알을 낳고 둥지를 나오며 아유, 힘들어 죽을 뻔했다는 듯 종종거린다. 그러다가 오늘 밥값은 분명히 했다는 듯 총총걸음을 뗀다.

 

그래, 니들도 봄이로구나. 봄!

긴 겨울을 나는 동안 어느새 다 자라서 꼬끼오거리질 않나?

초란을 낳지 않나? 녀석들을 보면 ‘병아리 적 생각 못한다.’는 옛말을 실감하게 된다. 바로 작년 이맘 때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1세대 닭들이 낳던 계란 양이 현저하게 줄어들어 버린것이다. 계란 숫자에 대해 괜한 자격지심까지 있는 여회장(蘇 루시아, 60후반)한테 대놓고 묻기도 뭣해 그냥 “계란 어디다 뒀냐?”는 표정만 보낼 뿐이었다. 그러면 그녀는 “션푸(신부), 오늘은 무려 10개나 낳았슈!”하며 그 언젠가 들이대던 얼굴에 그 해맑은 웃음만은 전혀 잃지 않은 채 대충 넘어갈 뿐이었다.“션푸, 이리 좀 와 봐요.” 여회장의 목소리가 해맑다 못해 드높아 진 것은 벙어리가슴으로 사순절을 보내고 맞은 부활 8부였다.

 

종이박스 속을 들여다 본 순간 나는 와아, 하고 대축일 미사 때도 못낸 탄성을 터트렸다. 거기엔 45마리의 병아리들이 삐약삐약 대고 있었다. 신부의 환해진 얼굴을 보자 여회장은 더욱 붕붕 떠서 그간의 자랑을 늘어놓았다. 이로 말할 것 같으면 보통 닭이 아니라 대골계(大骨鷄)인데 두 배는 비싸서 사료 한 부대에 성당계란 50개를 주고 부화시켰다는 것이다. 요렇게 다리를 쥐고 거꾸로 들 때 몸을 일으켜 세우면 수평아리라 할 적엔 나도 모르게 엄지 척! 그 쪼그만 것들이 자라 수컷이랍시고 암탉을 몰아세우고는 꼬끼오 거리는 것이다.

 

떠꺼머리 도령 같은 신참들을 보면서 1세대 수탉들이 절로 생각난다. 2년 전에 끝까지 남은 수탉은 세 마리였다. 중닭이 되었을 때 장에 내다 팔렸는데 알도 못 낳고 사료만 축낸다는 점보다는 맨날 싸움질만 한다는 이유가 부각되었다. 그 무렵 세 마리의 각축전도 보았지만, 진정한 수탉의 모습도 목격하게 될 줄이야. 수컷 노릇을 시작하면 암탉에게 모이를 양보하는 것이다. 철저히 뒤에서 순서를 기다린다. 그리고 그날 수리가 원을 그리며 하늘을 돌던 날, 우연히 보고야 말았다. 모든 닭들이 일제히 구석으로 머리를 파묻는데 우두머리 수탉만은 앞으로 딱 나서는 것이었다. 

 

꼬끼오, 

더 이상 당당한 포효는 아니었다. 비장하다 못해 처절했지만, 아니 나설 수도 없는 본능적인 책임감 같았다.

 



ac85badad9b69df9c973eb4baadaa822_1554858812_3146.jpg 

 

 

 


 

댓글목록

엘리님의 댓글

엘리 작성일

꼬끼오와 꼬꼬댁의 차이점을 알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