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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쿠뜨락/이태종 요한 신부




 


차쿠뜨락이라 하기로 했다.

칼럼의 간판을 뭐로 할까 하다가 현재 나의 소임지가 중국 요동 차쿠이고, 또한 뒤따라오는 추상적 공간까지 함의한다면 뜨락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았다. .. 하면서 혀끝이 감겼다 떨어지는 발음도 산뜻하다. 여기 사람들이 웬즈園子라고해서 옥편을 찾았더니 마당, 정원, 꽃밭, , 텃밭이란 뜻이고, 국어사전엔 채소밭. 그리고 건축물에 딸려 있는 빈터, 곧 뜨락은 여지餘地를 의미하였다<더보기>


 

 




 


차쿠뜨락이라 하기로 했다.

칼럼의 간판을 뭐로 할까 하다가 현재 나의 소임지가 중국 요동 차쿠이고, 또한 뒤따라오는 추상적 공간까지 함의한다면 뜨락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았다. .. 하면서 혀끝이 감겼다 떨어지는 발음도 산뜻하다. 여기 사람들이 웬즈園子라고해서 옥편을 찾았더니 마당, 정원, 꽃밭, , 텃밭이란 뜻이고, 국어사전엔 채소밭. 그리고 건축물에 딸려 있는 빈터, 곧 뜨락은 여지餘地를 의미하였다<더보기>


 

 

숫자감수(數字感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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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차쿠지기 댓글 1건 조회 591회 작성일 19-07-17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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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감수(數字感受)


숫자에 대한 감수성이 예민한 편은 아니다. 우연한 숫자를 가지고 무슨 운명처럼 엮어 어떤 일을 작위하기도 싫다. 이번만 해도, 소위 은경축이란 걸 하자니 중국 오지이고, 안 하자니 25년간 돌보아주신 주님께 대한 감사가 아니었다. 이러저러지도 못하던 차에 가족들이 먼저 중국을 방문해 주었다. 날자가 6월 6일, 마침 선친의 1주기라 겸사겸사 은경축 미사를 하였다. 그 다음 주에는 25년간 몸담았던 3개 본당에서 네댓 분씩 도합 열다섯 분이나 차쿠의 축하를 위해 오셨는데, 그 날은 딱 최양업 신부님의 158주기인 6월 15일이었다. 


그냥 편한 날짜를 잡았는데 우연히 겹치는 걸 보고 신기하였다. 그러다가 이내 정신을 차렸는데, “아니? 내 믿음이 얼마나 약하면 주님이 숫자까지 동원해서 믿게 하시는가. 만물이, 만사가 일체 주님의 안배대로 흘러가거늘, 기중 드러나는 섭리의 조각은 빙산의 일각이거늘......” 강론 땐 여기까지 말하였지만, 솔직히 숫자 하나까지 챙기시며 바짝 쫓고 계신 주님의 현존이 든든하면서도 부담스러웠다.  


중국은 숫자 감수성이 발달했다. 미신행위에 가깝다. 우리보다 4자를 워낙 싫어한다. 죽을 사死자와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가령 아주 꺼리는 자동차 번호판이 7384인데  두 가지 이유에서이다. 첫째는 공자가 73세에, 맹자는 84세에 사망하였다는 이유다.  또 한 가지는 발음의 문제인데 73의 발음이 ‘처妻(아내) 산散(헤어지다)’ 과 동일하다. 그리고 84의 발음이 ‘파爸(아버지) 사死(죽다)’ 와 같다. 아내와 헤어지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뜻이니 가히 터부시할 정도다. 오죽하면 별세하신 요녕교구 김비오 주교님이 미신을 타파해보겠다는 뜻으로 이 번호판을 다셨을까?       


상서로운 숫자로는 6과 8이 있는데 우열을 가릴 수 없다. 6은 순조롭게 흐를 유流자와 발음이 같다. 모든 일이 술술 풀리라는 바램이다. 8은 재물숭배에서 기인하는데 발發(쌓다)재財(돈)의 발發과 ‘파∼’ 내지 ‘빠∼’ 로 발음이 유사하다. 그래 만약 중국에서 자동차 번호판 8888을 보았다면 필시 그 차주는 엄청난 실력가이다.


숫자에 민감한 데서 나도 기회를 얻었으니 차쿠에 교육관을 지어 살게 해준 故 전영부 신부 얘기다. 대련본당의 전임인 그는 대성당을 신축하고 병을 얻어 차쿠에서 선종하였다. 이 중국인 신부의 인품이 얼마나 온화한지 당의 간부들까지 흠모하였다. 그런데 이 이와 내가 생년월일이 일치한다. 미신 같지만 이게 효과만점인 것이 대련정부에 “건물을 지어 전신부님을 요양한다.”고 했을 때도, 역시 안 될 법에 안 될 일이었다. 그러나 생년월일이 같다는 소리에는 “어유, 증말 그려! 그람 그래야지를......”하고 넘어갔다. 심지어 교구 사제단의 삐딱한 이견도 “진짜 둘이 동년同年동월同月동일同日 생이란 말여? 그라믄 그래야지.” 하게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새로 부임한 유신부는 내 상급자에 다름없다. 그의 자동차 번호판이 ‘852Z’ 인지 모르고 내 차에 ‘85R7’ 를 골랐다. 그런데 숫자 2는 알파벳 R과 동음이다. 거기다 마지막 자인 Z와 7은 얼핏 닮아있다. 하여튼 유신부가 내 번호를 보더니 부르짖었다. “이신부 앞으로 내 품에서 못 도망간다.” 이 소리는 ‘내가 너를 도와주겠다.’란 말보다 센 어기이다. 그가 손뼉을 칠 때 내심 그랬었다. ‘알았소! 유신부. 당신하고도 잘해 볼게. 끝 숫자가 약간 다름은 내 쪽에서 겸손하고 더 노력하라는 뜻으로 알겠소.’   

댓글목록

엘리님의 댓글

엘리 작성일

우리나라에도  4(죽을4)층이 없는건물도 있었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3, 7의 이미를 부여하며 숫자 인심을 써도 좋아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