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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쿠뜨락/이태종 요한 신부




 


차쿠뜨락이라 하기로 했다.

칼럼의 간판을 뭐로 할까 하다가 현재 나의 소임지가 중국 요동 차쿠이고, 또한 뒤따라오는 추상적 공간까지 함의한다면 뜨락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았다. .. 하면서 혀끝이 감겼다 떨어지는 발음도 산뜻하다. 여기 사람들이 웬즈園子라고해서 옥편을 찾았더니 마당, 정원, 꽃밭, , 텃밭이란 뜻이고, 국어사전엔 채소밭. 그리고 건축물에 딸려 있는 빈터, 곧 뜨락은 여지餘地를 의미하였다<더보기>


 

 




 


차쿠뜨락이라 하기로 했다.

칼럼의 간판을 뭐로 할까 하다가 현재 나의 소임지가 중국 요동 차쿠이고, 또한 뒤따라오는 추상적 공간까지 함의한다면 뜨락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았다. .. 하면서 혀끝이 감겼다 떨어지는 발음도 산뜻하다. 여기 사람들이 웬즈園子라고해서 옥편을 찾았더니 마당, 정원, 꽃밭, , 텃밭이란 뜻이고, 국어사전엔 채소밭. 그리고 건축물에 딸려 있는 빈터, 곧 뜨락은 여지餘地를 의미하였다<더보기>


 

 

닭관찰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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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차쿠지기 댓글 1건 조회 528회 작성일 19-07-17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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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관찰기 5


이상할 일도 아니다. 대장수탉의 본성이 그랬다. 

부추밭이 암록으로 짙어가던 봄날, 우리 집 수탉이 그 맛있는 이파리를 두고 거식에 들어갔던 것이다. 처음에는 간식 정도로 선심이나 쓰는 사람 앞에 그러는가싶더니 점점 숫제 입도 안 대고 버텼다. 부리 속 가득 군침이야 돌았든 말았든 특식을 앞에 놓고 눈을 떼지 못해 주빗거리는 벼슬은 대장의 망설임을 역력히 드러냈다. 어쨌든 탐스런 식욕 앞에서 홀로 버티고 서있는 모습이란 참 멋져보였다. 이젠 닭장을 완전히 장악했을 뿐 아니라 다른 수탉과는 달리 간식 따위와는 타협하지 않겠다고 그러는 기립이야말로 장대마냥 우뚝하였다. 

‘위풍당당하구만!’ 하며 박수치고 싶으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저 수탉이 왜 저러지? 왜 달리 고집을 세워 오지?’라는 의구심이 솟았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후의 전언은 매일 두 차례나 모이를 주는 여회장에게 감히 달려들었다는 것이다. 또 수녀마저 공격하려고 갈기를 세웠다는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바로 수탉을 변호하고 나섰다. “무릇 장닭이란 그래야지요. 그렇게 장닭의 근이 뼛속까지 내려야, 수리가 빙빙 하늘을 덮어올 때 섬뜩한 발톱 앞에도 나설 수 있지요.” 그녀들에게는 이리 좋게 말했지만 ‘그래도 밥 주는 사람한테까지 그러면 쓰겠나?’ 싶었었다.


꾸르꾸르! 꾸르꾸르!

봄꽃이 만발한 오월의 뜨락을 거닐다가 나 역시 재미난 광경을 목격하고 말았다. 대장이 자기만 뛰어 오를 수 있는 높이에 훌쩍 점프를 하더니 복숭아 새순을 따내는 것이었다. 부추보다 먹음직스런 그 밥상을 차려 놓고는 꾸르꾸르거렸다. 그러자 암탉들이 일제히 몰려와 맛나게 먹는 데는...... 그러한 때 수탉의 벼슬이란 우쭐우쭐 하늘에 한 치쯤 치켜 올려갔다. 위엄 자체였다. 평소 만만하게 트는 TV채널 <동물의 세계>에서도 볼 수 없었던, 어느 무리의 대장보다도 대장다운 위엄이 서렸다. 

        

딱 거기까지면 좋았을 것을, 이튿날 급기야 꽃까지 따주기 시작할 때부터였을 거다. 애써 점프하여 연분홍빛 꿀 내 나는 꽃을 따다 바쳤다. 동시에, 주장질 역시 시작한 것이다. 꾸르꾸르, 이 소리는 무조건적인 환대가 아니었다. “얼렁 와서 꽃밥 먹어!”만이 아니라 “내 말 안 들으면 화낸다!”고 으르렁대는 소리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날카로운 눈이 현재 꽃밥상에서 얌얌 쩝쩝대는 암탉 쪽이 아니라, 아직 저만치서 들은 체 만 체 하고 있는 암탉들을 노려보기 때문이다. 꾸르꾸르, 이 소리는 흡사 “복종하면 꽃밥을! 불복하면 알지를!”하는 듯 나다가 “난 말이야. 오로지 니들 밖엔 없다고! 그러니까 니들도 내말 잘 들어야 돼.”하는 듯 했다.


그로부터 채 보름이 지나지 않은, 내가 일부러 닭장까지 들어가 부추를 주고 막 나오려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푸드덕거리는 소리와 함께 등 뒤에 뭐가 따끔거려서 돌아보았더니 대장수탉의 급습 아니질 않는가. 도망치지도 않고 버티고 서있는 녀석을 한 번 걷어차려는데 여기저기서 지켜보는 많은 암탉의 눈동자가 들어왔다. 맛나게 먹던 부추보다 우선 관심사인가 보다. 닭장 전체에 인심을 잃고 싶지 않아서는 꾹꾹 참았지만, 그래도 괘씸해서가 아니라 적당히는 가르쳐주고 싶었다. 네가 진짜 주인이 아니라고. 또 일방적인 네사랑 채우려고 암탉들 괴롭히지 말라고. 

“꼬끼오!”

그러나 과연 소용이 있을까? 뭘 잘했다고 금방 또 꼬끼오, 거린다.

닭장 문을 닫고 나오며 급기야 나 역시 말장난 아닌 말장난으로 중얼거렸다.

“햐아, 저거...... 저거. 아무래도 저런 위엄은 위험하지를......” 

댓글목록

엘리님의 댓글

엘리 작성일

새순에서  꿀맛나는 꽃밥상 까지 차려주는 정성은 좋으나 그것이 장닭의 과욕이었군요 ..
클대로 다큰 장닭에게  가르친다고 될까요??
그래도 암놈들에게 싸운구경 한번 시켜 주시지 주인님 인심만 챙기셨나요?
닭머리로는 먹이를 들고 있는 자만이 먹이 주인일뿐이겠지요. ㅎ
다음엔 교육의 효과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