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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쿠뜨락/이태종 요한 신부




 


차쿠뜨락이라 하기로 했다.

칼럼의 간판을 뭐로 할까 하다가 현재 나의 소임지가 중국 요동 차쿠이고, 또한 뒤따라오는 추상적 공간까지 함의한다면 뜨락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았다. .. 하면서 혀끝이 감겼다 떨어지는 발음도 산뜻하다. 여기 사람들이 웬즈園子라고해서 옥편을 찾았더니 마당, 정원, 꽃밭, , 텃밭이란 뜻이고, 국어사전엔 채소밭. 그리고 건축물에 딸려 있는 빈터, 곧 뜨락은 여지餘地를 의미하였다<더보기>


 

 




 


차쿠뜨락이라 하기로 했다.

칼럼의 간판을 뭐로 할까 하다가 현재 나의 소임지가 중국 요동 차쿠이고, 또한 뒤따라오는 추상적 공간까지 함의한다면 뜨락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았다. .. 하면서 혀끝이 감겼다 떨어지는 발음도 산뜻하다. 여기 사람들이 웬즈園子라고해서 옥편을 찾았더니 마당, 정원, 꽃밭, , 텃밭이란 뜻이고, 국어사전엔 채소밭. 그리고 건축물에 딸려 있는 빈터, 곧 뜨락은 여지餘地를 의미하였다<더보기>


 

 

[차쿠뜨락] 닭관찰기4 _ 이태종 요한 신부 / 중국 차쿠사적지_청주교구 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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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차쿠지기 댓글 1건 조회 686회 작성일 19-05-21 08:43

본문

닭관찰기 4



봄의 뜨락에 제일 먼저 싹을 내민 채소는 부추였다. 연초록이 진초록으로 되어가는 그 줄기를 손으로 잡아 뜯기 시작한다. 막 나온 연한 순은 사람 먹기도 아까운데...... 하고 수녀님이 어디선가 힐끔거릴 것 같아서는 뒤통수가 가려워오지만, 뚜둑뚜둑 풀 뜯는 소리에 술렁이기 시작한 닭장 쪽이 급선무다. 나는 한 손에 부추를 가득 쥐고 나머지로는 울타리를 가리키며 훼이훼이 입소리를 냈다. 그러자 닭 무리가 일제히 이동한다. 삼년이나 신뢰가 쌓은 제 1세대 닭들이 앞장을 섰고 2세대 닭들도 쭈뼛쭈뼛 뒤를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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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들이 먹는 거 앞에 별수 있나?



순전히 점수를 따려고 하는 짓이다. 1세대 앞으로 부추를 내밀었으나 실은 그들이 아니었다. 멀찌감치 보다가 쌩하고 쪼아가는 2세대가 타깃이다. 오래전 좋은 이웃이 되어 뭔 짓을 해도 착착 안겨오는 1세대 닭들을 통해 나는 지금 잔뜩 삐져있는 2세대 닭들을 달래보려는 것이다.


퍽퍽


소원해진 2세대 암탉이 서둘러 채 가다가 손가락을 쪼아댈 때도 츠바 츠바, 중국말을  하다가 더 다정스러울 것 같아서는 먹어, 먹어. 연하지? 맛있지? 라고 닭들에게 말한다. 도대체 주인이 뭐가 아쉬워 닭들에게 점수를 따려고 하는가?



사건의 발단은 지난 설 명절로 거슬러 간다. 별러왔던 일을 단행하기 위해 주간회의 안건으로 수탉 처리 건을 상정했던 것이다.


중국의 설날은 대단하고 여기 사람들이 산 닭을 선물하니 대목 장날에 수탉들을 팔아버리자고 했다. 그랬더니 루시아 회장이 적극 지지를 해왔다. 평소보다 곱절을 받을 수 있어 세 달치 사료 값은 해결이라고 했다. 대목장 역시 아침 9시에 파장하는 도깨비시장이니 새벽에 와서 잠자는 닭을 쥐도 새도 모르게 움켜놓겠다는 자청까지 했다.

회장을 너무 믿었던 탓일까? 6시에 일어나 닭장부터 살폈더니 웬걸 수탉들이 벌써 활개를 치고 있었다. 부리나케 달려온 회장님 말인즉 엊저녁 명절 음식 때문에 늦잠을 잤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말 대신 닭장으로 줄행랑치신다. 그러나 60대 후반의 여회장은 30분이 넘도록 수탉 하나를 움키지 못하였다. 우리 닭들이 저리 날래고 건강하구나, 라는 생각보다 오늘 닭들한테 인심을 잃겠구나, 라는 슬픈 예감이 스쳐갔다. 그래도 그때 누군가 뒤에서 사료 값이 올랐다는 둥 대목장이 한 시간 밖에 안 남았다는 둥 설레발놓지만 않았어도 그렇게까지 쿵쿵쿵 닭장으로 향하지는 않았을 거다.    


어릴 때부터 개천만 나가면 쏜살같은 피라미를 움켜내는 솜씨였다. 때로는 맨손으로 불거지도 움켰다. 꼭 그렇게 불거지 움키듯 수탉을 몰았을 것이다. 15분 만에 상황은 종료되었고 수녀와 회장이 자루 두 개에 담아서 장으로 가져갔다. 그리고는 금방 팔고 돌아왔는데 마리당 한국 돈 3만원, 물가대비 8만 원 정도를 받아온 개선이었다. 그러나 나는 돈을 벌어 왔다는 소리보다 조금 전 수탉을 잡느라고 쑥대밭이 되었을 닭장만 걱정될 뿐이었다.



누가 닭 머리를 나쁘다고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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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2세대 닭들이 싹 달라진 것이다. 사람을 슬슬 피한다. 세달 째 도통 잊지를 않고 있다. 같이 쫓기다 잡힌 닭이야말로 병아리부터 벗일 테니 이해는 간다만. 그러나 아무도 없던 차쿠에서 졸졸졸 쫓아오던 예전의 닭장만 생각하면 어떻게 해서든지 달래놓고 싶은 것이다. 파릇파릇 군침 도는 봄채소로 꾀어보지만 뾰족한 수는 아니다.



그러면 닭들아, 나는 어쩌란 말이냐? 그래도 최고로 멋지고 강한 수탉들은 남겨놓지 않았냐고 해명하지만 알아들을 리 만무이다. 참말로...... 닭장 하나 달래기도 이렇게 쉽지 않은데 큰 세상을 돌리시는 분의 심사야 얼마나 얽히고설키실꼬.   


댓글목록

조혜연님의 댓글

조혜연 작성일

저멋진 닭 벼슬 만큼이나 동료를 잃은 슬픔 가득한 맘은 주인님의 사랑으로 위로가될 듯 싶습니다.
주님은 사랑이시니까ᆢ
정말 멋진 닭 입니다.
미스터 코리아? 차이나? 아니,  미스터 치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