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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생 200주년 김대건,최양업 발자취를 따라서 ] 제6회 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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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차쿠지기 댓글 0건 조회 12회 작성일 24-01-24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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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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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는 중국 제일의 도시이다. 대륙을 횡단해 온 양쯔강이 마침내 바다에 오른다고 해서 상해인가, 아니면 뭍사람이 배를 타고 바다(海)에 오른(上)다고 해서 상해인가? 오송항구와 마주한 숭명도와 더불어 예로부터 어미지향(魚米之鄕), 민물과 바닷고기가 득실대고, 상류부터의 퇴적토는 쌀 알갱이에 주르르 기름을 흐르게 했다.

 

상해가 대도시가 된 것은 아편전쟁 직후이다. 1842년 남경조약의 이행 절차로 개항되었고, 이듬해에는 대영제국의 조계지가 된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상해는 실로 눈부신 발전 중이다. 김대건, 최양업 부제가 홍콩보다 상해를 점점 선호하게 된 것은 물론 조국이 한 발짝이라도 가까웠기 때문이다. 최대한 근거리에서 대기하다가 입국의 기회를 보아야 했다. 그러나 이 도시의 성장과 당시 재진출 - 재투자하기 시작한 ‘상해의 예수회 자원’이란 요인도 한몫한다. 당장 최양업 부제만 해도 서가회의 예수회 신학원 기숙사에서 2년 가까이 신세를 졌다. 그리고 이보다 4년 일찍 김대건 부제 역시 때가 무르익자, 상해에 와서 대기하다 사제품을 받는다. 8월 17일 신부가 되자마자 8월 31일 곧장 조선으로의 바닷길에 올랐으니, 탄생 200주년을 맞은 김ㆍ최 두 신부님에게 있어 이 항구도시는 사명을 품고 바다에 오르는, 지명 그대로 상해(上海)였던 것이다.

김신부님이 신품을 받은 김가항(金家巷)은 ‘김씨네 거리’란 뜻이고, 최신부님이 신품을 받은 곳으로 유력시되는 장가루(張家樓)는 ‘장씨네 누각’이란 뜻이다. 또 서가회가 유명한데, 이 역시 명ㆍ청 두 왕조를 풍미한 중국 천주교회의 일등공신 서광계(徐光啓바오로)의 그 ‘서씨네 고향 모임’이란 뜻이다.

 

상해에 순례를 가면 왠지 두리번거려도 될 거 같다. 세련된 도시가 눈요기로 쏠쏠하다. 홍콩의 별명인 동방진주를 본떠 동방명주라고 지었겠지만, 이 하늘을 찌르는 마천루를 보며 맥주 한 캔을 한다면 야경이 심상에 더 새겨질 것이다. 또 전통거리인 ‘예원’은 진입할수록 점점 휘둥그레진다는 “점입가경”이란 사자성어의 유래를 실감케 한다. 거기다가 아무리 입이 짧은 한국인이라도 이곳의 교자만큼은 먹을 만하다. 같은 만두 속이라도 찐만두, 군만두, 튀김 만두, 볶은 만두, 삶은 만두에다가 ‘훈둔’이라는 만둣국을 먹고 나면, 요란한 중국인에게 밀리지 않고, 여기저기 기운차게 구경 다닐 수 있다. 어째 상해에 가면 순례라는 것도 잊고 놀다 오기 십상이다. 어째 그래도 될 것만 같은 게, 177년 전 김대건 최양업 신학생도 장박교(張朴橋)에 계신 베시 주교님만 믿고 총총 거리를 활보하셨을 것 같아서이다. 큰 사명을 품고 배에 오를(上海) 땐 오르더라도, 그전까지는 만끽해도 좋을 거 같은 상해의 쾌청한 날씨이다.

 

@작성 : 이태종 사도요한 신부 (청주교구, 중국 차쿠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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