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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생 200주년 김대건,최양업 발자취를 따라서 ] 제12회 사산(佘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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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차쿠지기 댓글 0건 조회 14회 작성일 24-01-24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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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사산(佘山) 


사산은 중국 상해에 있는 성모 성지이다. 김대건 최양업 탄생 200주년이 저물어가는 스산한 이 계절에서야, 오히려 최적의 햇볕과 온도가 되는 사산 성지를 가볍게 오르고 싶다. 최양업 김대건 신부님이 사산을 올랐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당시 서가회 신학원을 지은 강남 대목구 예수회 관구장 고틀랑(Claudius Gotteland, 南格祿 1803~1856) 신부가 1844년 사산에 수도원 건립을 제안했던 것을 보면, 여러 차례 현장 답사가 이루어졌을 터였다. 그럴 때, 매끼 함께 앉은 밥상머리에서, 같은 프랑스인 파리의 외방선교회가 관할하는 조선의 부제에게 “최부제 이번 주말에 뭐 하나? 사산이나 같이 오를까?” 하고 얼마든지 권해볼 법하다. 최양업 부제의 입장에서도 2년 가까이 공짜 숙식을 하고 있던 참에는, “네!”하고 관구장을 따라나섰을 것이다. 사산은 정말 소풍 같은 등산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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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사산 성모 대성당)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렇지, 또 상해 땅값이 아무리 헐값이었어도 그렇지 어떻게 산 하나를 매입할 수 있을까? 그건 상해이기 때문에 가능했을 터이다. 강남 강소 지역은 물론 명-청 두 황조를 풍미하며 전국에 이름을 떨친 북경의 대신 서광계 바오로가 자기 고향인 상해에 넘볼 수 없는 울타리가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사산은 이렇게 최양업 부제가 상해에 체류할 때를 기점으로 현재까지, 중국 전역에서 가장 활발한 성모 신심의 장이 되어 왔다. 중화권 전체에서, 또한 여타의 순교 성지와 교회 사적지를 통틀어, 이만큼 사랑받는 성지도 없다. 기적 발생설이 끊임없이 나오고, 연간 수많은 신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북경의 중앙과 지방 정부에서도 사산 성모 성지에 대해서만은 순례 활동을 응원하는 듯하다. 1942년, 교황청으로부터 동아시아 최초로 성모 성지로서 ‘책봉’을 받았다고 하면서, 루르드나 파티마처럼 국제적인 성지로 키우고 싶은 모양새이다. 어쨌거나, 산 위에 우뚝 선 2000명이나 수용할 수 있는 사산 성모 대성당은 150년을 지켜온 로마 가톨릭의 자랑이다. 중국의 다른 도시에서 택시를 잡고 “교회나 교당을 가자!”고 하면 여지없이 개신교회 앞에다 차를 댄다. 그런데 상해의 택시기사들은 성당 앞에 차를 세워준다. 그만큼 상해 천주교의 역사와 위상을 말해주는 것이지만, 시내 복판에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는 서가회 대성당과 사산 위에서 굽어보고 있는 성모 대성당의 인지도가 그 정점이다.


3년 전 봄, 산해관에서 심양으로 오는 고속열차 안에서 필자는 살짝 묵주를 돌리고 있었다. 옆자리의 40대 남자가 자기 역시 천주교 신자라면서, 이 열차는 상해에서 출발해 밤새도록 1500킬로를 달려왔다고 했다. 한국인이냐고 묻더니, 바로 삼겹살 이야기를 꺼냈다. 어떻게 돼지고기를 철판에 구워 먹을 생각을 다 했냐는 거였다. 그러면서 천주교 상해 신학교가 사산 성모 성지 밑에 위치하는데, 저번 주에 일이 있어 갔더니 마침 몇 명 안 남은 신학생들을 위하여 성소주일 행사가 벌어졌다고 했다. 그때 한국의 삼겹살을 구워 유쾌한 시간을 보냈는데, 상해 교구장인 마주교님도 같이 식사했다고 했다. 필자는 말을 아끼었다. 우리 같은 외국인이 길을 나서면 길보다 사람 조심을 해야 한다는 것을 체득했기 때문이다. 미안하다는 뜻으로 그에게 한껏 웃어주며, 계속 묵주를 돌렸다.

 

뱀의 머리를 밟고, 높이 손을 들어 물동이를 인 여인처럼, 예수님을 머리에 인 사산 성모님을 떠올렸다. 부디, 중국의 관문이 되는 상해를 비추소서! 망망대해를 비추는 등대처럼, 어머니의 성심으로 대륙의 곳곳을 비추어 달라고, 사산의 성모님께 기도했다.

 

@작성 : 이태종 사도요한 신부 (차쿠 파견, 양업교회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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