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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생 200주년 김대건,최양업 발자취를 따라서 ] 제11회 심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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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차쿠지기 댓글 0건 조회 12회 작성일 24-01-24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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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심양 


9월 20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 아침부터 중국 SNS 수신음이 요란했다. 심양의 사제들과 수도자들이 김대건 축일을 축하한다는 메시지였다. 코로나로 인해 2년째 차쿠와 심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처지라 감회가 새로웠다. 중추절(한가위)을 축하한다는 주교님의 문자까지 잇따라 왔을 때는 17년째 깃들어 있는 심양의 주교좌와 신학교가 손에 잡힐 듯했다. 필자는 중국에 집이 두 개나 된다. 최양업 김대건 신부님의 공통 사적지이자 1867년부터 조선 교구청이 주재했던 차쿠에 본 숙소가 있고, 심양 신학교 안에도 교수신부 숙소가 있다. 이렇듯 중국교회는 외국 사제를 십분 생각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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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심양 주교좌 성당 입구]


 

최양업 김대건 신부님은 심양을 (지금으로 말하면) 고속도로 휴게소 드나들 듯 했다. 16살의 나이로 유학길에 오를 때나, 선교사 입국로 개척 차 만주 벌판을 안방 드나들 듯 할 때, 소팔가자에서 차쿠ㆍ백가점으로 조선교구의 대소사에 오가는 길에서도, 예로부터 동북삼성(만주) 제일 도읍인 심양을 거치지 않을 수 없었다. 심양에서 우편물을 수취하고 심양에서 지친 몸을 추슬렀다. 최신부님의 세 번째 편지가 심양에서 쓰였는데 그 유명한 십자가 영성이 돋보인 대목이다. “원컨대 지극히 강력하신 저 십자가의 능력이 저에게 힘을 응결시켜주시어, 제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 외에는 다른 아무것도 배우려 하지 않게 하시기를 빕니다. 저의 이 서원을 스승님의 기도로 굳혀 주시고 완성시켜 주시기를 빕니다.”

 

심양에는 북경에나 있을 법한 고궁도 있다. 청나라가 심양을 성경盛京이라 칭하고 수도로 삼았기 때문이다. 성경은 봉천으로 한 번 더 지명을 바꾼다. 1644년 명나라가 스스로 망하자 청나라가 북경으로 이사했기 때문이다. 그 후로 청의 황실과 문무백관이 하늘(天)에 제사를 바치기(奉) 위해 조상이 묻힌 봉천奉天의 북릉까지 행차했는데, 800킬로의 거리였다. 이러한 심양의 역사와 한국사, 그리고 천주교회사 간에 세 겹으로 겹치는 인물이 있다. 소현세자이다. 소현세자는 봉림대군과 함께 병자호란이 끝난 1637년부터 8년간 볼모로서 살았다. 심양 고궁 옆 조선관이라는 관소에 살면서 조선의 사절처럼 외교에 역량을 드러냈다. 세자빈 강씨도 사업 수완을 발휘해 번 돈을 조선 피로인을 속환시키는데 썼다. 황실이 이사 가던 1644년, 역시 동행했던 소현세자는 북경에서 아담 샬 신부를 만나게 된다. 70일 동안 서양 신부와 교류하며 조선에 성직자 파견 요청까지 하게 된다. 이듬해 아주 귀국할 때는 환관과 궁녀 등 5명의 천주교 신자를 대동한다. 새로운 조선을 꿈꾸던 세자는 그러나, 2달 만에 의문사를 당한다. 만약 소현세자가 비명에 가지 않았다면 우리 천주교회 역사가 완전히 달라질 뻔하였다. 139년이나 앞선 1645년에 창립될 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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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심양에서 고궁, 북릉에 이어 유명한 곳이 천주교 주교좌 샤오난(小南) 성당이다. 명동성당보단 작겠지만 애초에 어마어마하게 넓은 교회 부지 안에 세워졌었다. 지금은 성당의 마당만 교회 땅으로 남았다. 1900년, 대륙을 광풍으로 떨게 했던 의화단에 의해 400여 명의 성직자 수도자 교우들이 성당에 갇혀 몰살당했다고 하니, 여기 자체가 치명터이다.

 

어젯밤에는 제자 수녀님한테 문자가 왔다. 몇몇 중국 수녀가 차쿠에서 한 달 피정을 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이래저래 어서 돌아가고 싶다. 코로나가 웬만해져서 차쿠와 심양에 돌아가면 당장 해야 할 게 한둘이 아니다. 일의 목록이 지금,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다.

 

@작성 : 이태종 사도요한 신부 (차쿠 파견, 양업교회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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